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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습작

「」 는 이름이 없다

쿠프카 2015. 5. 3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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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어서 그가 불편했던 점은 다른 누구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가 유래없는 미성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런 멋진 목소리를 칭찬받고 싶었지만 남들 앞에만 서면 발끝이 아려왔다. 찌릿하고 전류에 닿은 듯 오른발 새끼발가락부터 왼발 새끼발가락까지 열 차례 경련이 나는 것이었다. 고통은 심하지 않지만 예고하지 않은 고통이다보니 그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무심코 그는 온몸을 움츠리고 만다. 그리고 이 때 그는 상대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잃어버리고는 했다.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삭이기는 그로선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저 멀리서 온 작은 유성이었다. 지구에 와서 첫 몇 개월은 누군가와 단 한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의 외견이 얼핏 보면 사람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은하를 유영하고 다녔던 유성 역시 지구의 중력 앞에서는 단순한 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몸은 딱딱한 돌이었지만 딱 성인 어른 쯤 되는 크기에 옷을 걸치지 않아도 하얀 바탕에 노을빛 바람무늬가 그려진 독특한 정장을 차려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처럼 보인다 한들 미동도 않는 그를 상대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모 작은 도시의 번화가 인근이었다. 그의 앞을 지나는 사람은 저마다 힐끔 그를 보고 동상이라고 여겼다. 그에 대해서 아무런 구상도 떠오르지 못한 이들이 더욱 많았다.
  그는 떠들썩한 지구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했다. 우주에서 홀로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 어울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간 느껴온 고독보다 더한 외로움을 느꼈다. 드디어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들과 마주할 수 있는데도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온갖 먼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주와는 달리 지구의 먼지는 수다스러웠다. 중력에 갇혀 새카만 우주에서의 추억을 잊어버린 먼지류가 많았다. 밤 하늘 저 너머에 있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보답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들었다.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이 지구 먼지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먼지는 그에게 지구가 너무 강한 인력으로 모든 존재를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저마다 지닌 인력은 의미가 없다. 즉, 저절로 서로가 이끌리는 경우는 결단코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열심히 인사를 연습했다. 안녕하세요. 쉬운 말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떤 말이 와야 할지는 그로서는 의문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그에게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나 ○○라고 하는데."
  "☆☆, 잠깐 기다려봐!"
  "처음 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 씨."
  사람은 저마다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사 다음에 자신의 이름을 대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이 생각에 사로잡혀 매번 자기소개를 하기 전에 긴장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여전히 그는 외로웠다. 우주를 헤매던 그 때보다도 더욱.
  무심히 지나던 늙은 먼지 하나가 중얼거린다.
  "모든 생명은 별의 파편이다."
  그는 늙은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별의 파편일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이 이름이 있는 이상 자신은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 한데 뭉칠 수 없다. 다시 별로 모일 수 없는 이상 그들은 다른 존재다. 그런 생각에 다다른 그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 주제가 없이 짧은 맥락만 잡고 쓰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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