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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장르

하고 싶은 일 (작성 중)

쿠프카 2020. 1.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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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한 주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세리시아는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묘한 소란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저녁밥을 어떻게 해결할지 골몰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서 세상은 주홍빛을 띤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맑은 하늘은 햇빛에 젖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드문 미소가 세리시아의 입가에 저절로 떠올랐다.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은 날.

문득 냉장고에 국거리용 고기가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

왠지 뜨거운 국물을 끓여내고 싶어졌다. 한 모금 들이키면 온몸이 따뜻해질만한 음식을 만들자.

고기를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

따로 시장에 들러 장을 볼 필요도 없으니 편하고 좋은 선택이라고 세리시아는 생각했다.

대리석 기둥으로 세운 대학 후문을 지나 낮은 언덕을 두 번 넘으면 세리시아의 집이 있는 작은 동네가 나온다.

한 건물에서 여러 명이 생활할 수 있는 4, 5층 목조 주택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곳. 큰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가지각색의 주택을 지나 세리시아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건물 사이사이에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건물의 연식이 낡아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나무 외벽이 닳고 깨진 채 보수하지 않은 집들이 너무나 많았다.

건물 상태와 대조적으로 골목길 자체는 무척 깨끗했다.

정령 마법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길을 오갈 때마다 마법 연습을 겸하며 꾸준히 청소를 하기 때문이었다.

세리시아는 이런 낡은 집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외관이지만 기본 토대를 마법으로 세웠기 때문에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술식에 충분히 마력을 공급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된다.

그렇다며 굳이 새로 지을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물론 새 집이 깔끔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거쳐간 흔적이 문득 자취방에서 느껴질 때면 홀로 있어도 마냥 외롭지는 않았다.

자신과 똑같이 외로웠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매순간 깨닫게 되니까.

골목길을 한참 들어가다 세리시아는 집에 다다랐다.

주변의 집과 별다를 것 없는 남루한 외벽.

간단한 보안대책으로 마력파장을 인식하는 방어 술식을 걸어둔 대문.

새까만 빛을 띠는 세리시아의 마력은 그의 오른손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흘러나와 대문으로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보이지 않는 방어막으로 대문을 보호하고 있던 술식은 날아오는 마력을 곧장 흡수한다.

그 마력의 고유한 파장을 읽어내어 세리시아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방어 술식은 잠시 기능을 멈추고 동시에 자동으로 대문이 열린다.

세리시아는 유유히 계단을 올라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술식은 곧바로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세리시아가 생활하는 3층은 학생 혼자 살기에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넓었다.

1층과 2층은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지만 세리시아가 사는 3층은 층 전체가 넓은 오픈형 원룸이었다.

대신 욕조가 있는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고 각각의 공간도 제법 넉넉하다.

"바로 저녁을 준비해 볼까."

방의 정적을 깨우듯 일부러 혼잣말을 하며 세리시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곧장 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세리시아는 요리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적당히 간을 맞추고 냄비 뚜껑을 닫아 둔 채로 스마트폰을 하며 재료가 익기를 기다릴 때, 똑똑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려 있으니까 들어와."

세리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큰 키와 조각같은 체형이 인상적인 사람, 구연산이었다.

"뭐야, 오늘도 김치찌개 끓이는 거야? 이건 괜히 사왔네."

구연산의 두 손에는 카페에서 산 조각 케익이 들려 있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 먹으면 되잖아."

"같이 먹으려고 사왔단 말이야. 세리, 넌 위가 너무 작아."

구연산은 투덜거리며 케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선 곧장 침대로 다가가 풀썩 누웠다.

남향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따스한 햇살이 든다.

벽에 등을 기댄 채 곰돌이 쿠션을 끌어안고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세리시아를 빤히 바라보며 구연산은 작게 하품을 했다.

"뭐 보고 있어?"

"이번 여름에 대학 축제에서 열린 고속영창 대회."

구연산의 질문에 세리시아는 화면에 눈을 떼놓지 않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진짜 재밌었지. 마법학 전공이 아닌 친구들이 16강에 올라오고 그랬잖아. 너희 사학과 신입생이랑 "

"그 사학과 친구랑 드라진이 예선에서 만난 영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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