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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습작

겨울 직전의 아이스크림

쿠프카 2019. 7. 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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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퍼렇게 쏟아지는 추운 빗줄기는 세상을 적시어 어서 빨리 기온을 낮추고 겨울이 찾아오도록 계절을 재촉하는 중이었다. 그 사이를 지나야만 해서, 마음은 방안에 콕 틀어박힌 채 미동도 하기 싫었지만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밍기적대면서도 장우산을 펼쳐들고 집을 나섰다. 장을 봐와야 했다.

  하필이면 이런 날 먹을 것이 떨어지나.

  궁시렁대며 슈퍼로 가는 길은 물웅덩이를 피하고 지나는 차가 흩뿌리는 물세례를 온갖 방법으로 막아내는 비와의 사투였다. 옷 버리기는 싫다. 그렇다 해서 열과 성으로 빗방울을 피하려 안달하는 것 역시 보기 흉했다.

  어서 겨울이 된다면 이런 걱정도 없을 터였다. 눈송이가 어깨에 내려앉아도 툭툭 털어내면 그만이었다. 지금 내리는 비는 세상을 눅눅히 적실 뿐만 아니라 괜히 사람을 우울하게 했다. 한바탕 내리고 말 비처럼 나 역시 한 때의 소낙비에 지나지 않을 텐가. 그런 연약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나.

  하지만 아직은 가을의 끝자락.

  겨울이 찾아오기까지 남은 것이라고는 소낙비 사이를 무심히 지나는 일과 온전히 시간을 흘려보내어 세상의 시침을 동장군의 손목시계와 맞추는 과정.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사야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되기 직전에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이 궁금해졌다.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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