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재차 교실 뒤의 금 간 시계를 돌아봤다. 12시 20분을 지나고 있었다. 마지막 수학문제를 푸느라 조금 늦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느라 고생한 아들들을 위해 마중을 나온 이들 때문에 나를 제외한 모두 정시 퇴근을 한 참이었다. 빈 교실에서 소년은 가벼운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위해 빨리 교실은 나서야 하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 명 쯤은 함께 교실을 나서기 위해 나를 기다려줘도 될 텐데. 그런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소년은 도망치듯 교실을 나섰다. 어차피 7시간 쯤 지나면 다시 이 교실로 잠에 취한 채 터벅터벅 돌아올 테니 빈 가방을 멜 필요도 없다. 그래도 소년은 굳이 가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