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한 주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세리시아는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묘한 소란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저녁밥을 어떻게 해결할지 골몰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서 세상은 주홍빛을 띤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맑은 하늘은 햇빛에 젖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드문 미소가 세리시아의 입가에 저절로 떠올랐다.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은 날. 문득 냉장고에 국거리용 고기가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 왠지 뜨거운 국물을 끓여내고 싶어졌다. 한 모금 들이키면 온몸이 따뜻해질만한 음식을 만들자. 고기를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 따로 시장에 들러 장을 볼 필요도 없으니 편하고 좋은 선택이라고 세리시아는 생각했다. 대리석 기둥으로 세운 대학 후문을 지나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