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남긴다는 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삶의 결점을 극복한 사람이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늘 아래 내리 쏟는 소나기를 온전히 다 피해내는 행인이 없듯 삶의 여정을 걷는 이에게 예기치 않은 끝은 찾아온다. 시기가 저마다 다를 뿐이다. 하지만 폭삭 젖어버리기 전에 우산을 펼칠 수 있듯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란 유한을 무한으로 바꾸고 실현 불가능한 기적을 조그맣게나마 성취하는 과정이다. 작은 액자에 걸려 사람들은 나의 삶과 죽음, 그 가치를 되새긴다. 그 때 떠오르는 한 조각 그리움과 눈물은 한낱 나무 프레임에 지나지 않은 액자를 적시어 물기를 머금는다. 이후에 잘 말려도 젖은 부분은 자국을 남긴다. 그 자국마저 액자가 썩고 닳아 없어지며 이내 역사의 거실에서 사라진다. 결국 사라지는 것은..